“아버지께서 생전에 모든 재산을 기부하셨습니다. 당시에는 저도 흔쾌히 동의했지만,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제 개인 사업이 급격히 나빠져 생계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유류분이라도 주장하고 싶습니다. 기부단체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 가능한가요”

부모가 생전에 자녀가 아닌 기관이나 단체에 모든 재산을 기부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문제는 부모가 돌아가신 이후 자녀들이 유류분을 주장할 경우다. 흔히 발생하는 가족 간 유류분 분쟁과 달리 기부를 했을 경우는 상황이 간단치 않다.

11일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부모가 생전에 단체나 기관에 재산을 기부했다면 제3자 증여에 해당”한다며 “제3자 증여도 가족 간 상속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유류분권자(유류분권리자)에 해당한다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생전 기부는 기부한 시점에 따라 소송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고 조언했다.

유류분제도란 법이 정한 최소 상속금액을 말한다. 형제가 두 명만 있는 경우 원래 받을 상속금액의 절반이 유류분이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총 2억일 때 상속금액은 각각 1억 원씩이고 유류분 계산으로는 그 절반인 5000만 원씩이다.

유류분청구소송은 돌아가신 분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유류분소송 전문 법률상담을 제공하는 법도 유류분소송센터의 ‘2022 유류분소송통계’에 따르면 유류분반환청구소송 기간은 짧으면 2개월 길게는 2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3자 증여는 부모님이 친족이 아닌 대상에게 재산을 증여한 경우를 말한다. 며느리, 손자(1순위 상속인이 생존해 있는 경우), 기부단체 등에 생전 증여한 경우다.

엄 변호사는 “제3자 증여를 상대로 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때는 증여 시점이 중요”하다며 “증여한 시점이 부모가 돌아가시기 전 1년 내 이뤄진 게 아니라면 유류분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즉 부모가 돌아가신지 1년이 채 안 된 상황이지만, 돌아가시기 2년 전에 기부했다면 제3자 증여 소멸시효완성으로 유류분청구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친족 간 유류분 분쟁은 부모의 사망 시점부터 유류분 소멸시효가 발생하지만, 기부 같은 제3자 증여 소멸시효는 돌아가시기 전 1년 내 증여 사실이 중요하다.

한편 제3자 증여 소멸시효가 예외인 경우도 있다.

민법 제1114조는 ‘당사자 쌍방이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를 한 때에는 1년 전에 한 것도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제3자 증여 과정에서 재산을 증여한 사람과 받는 대상이 유류분 권리자에게 제3자 증여로 인한 소멸시효 완성으로 손해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일반적인 유류분소멸시효로 인정된다는 말이다.

일반적인 유류분소멸시효는 부모가 사망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이다. 하지만 숨겨진 재산이 발견된다면 부모 사망일과 관계없이 10년 내 다시 1년 단기 소멸시효가 생긴다.

엄 변호사는 “해당 법규는 주로 서로의 사정을 잘 아는 가족 간 제3자 증여라면 쉽게 판단할 수 있다”며 “다만 기부단체나 기관은 유류분권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한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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